작성일 : 14-09-23 09:32
글쓴이 :
BIOMIST
조회 : 4,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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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17일 토요일 오후 업무마감을 준비하고 있는데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박00입니다. 기억하시겠습니까?” 한참을 생각해봐도 기억이 나질 않아 머뭇거리고 있는데 ‘아크리스백화점’ 얘기를 꺼냈습니다. 그때서야 저는 6년 전인 1997년도 상반기 한국의 IMF사태 당시를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당시 박00사장님은 서울 서초구에 있었던 아크리스백화점 1층에서 향수전문점을 운영하고 계셨고, 우리 회사는 “주)에코미스트 코리아”라는 상호로 국내 최초로 향기관리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고 있었으며 그분의 열정과 성실성에 호감을 갖게 되어 조건 없이 수백만원 상당의 상품을 공급하였습니다. 그러던 97년 상반기 어느 날 갑자기 그 백화점은 문을 닫았고 박00사장님 역시 연락이 두절되었습니다. 당시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백화점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생각은 상상도 못했던 시절이었습니다. 물론 그 백화점에 진열되어 판매되었던 우리회사 제품들 역시 행방을 감추었습니다. 한국에 ‘향기마케팅’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신종유망사업으로 평가되어 승승장구했던 우리회사 역시 IMF라는 덫에 걸렸고, 가뜩이나 수입품으로 시작한 관계로 급강하하는 국내경기와 환율폭등으로 파산위기에 빠져있었으니 우선 회사부터 살려야 했기에 박00사장님의 외상대금은 신경 쓸 겨를조차 없었습니다. 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으니 그분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분은 그동안 빛 독촉에 시달려 외국에 나가있었으나 몇 년 전 한국에 돌아와 많은 고생을 한 끝에 이제는 건설업분야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고 IMF 당시 졌던 빛들도 거의 다 갚았다고 했습니다. 국내에서 새로운 사업으로 모델하우스 건축사업을 하였고 우리제품을 계속해서 봐 왔으며 그때마다 항상 죄를 지은 기분으로 생활을 해 오셨다며 이번 구정 전에 그때 갚지 못한 외상대금을 통장에 입금시키고 연휴가 끝나면 회사로 찾아뵙겠다는 연락이었습니다. 그 전화 한 통화는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고 설 명절을 앞둔 우리 회사에 무엇보다 소중한 선물이었습니다. 사리사욕에 눈이 어두워 신의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은혜를 원수로 갚는 사회, 양심까지도 버리는 파렴치한 사람들이 난무하는 사회에도 이런 정직함과 신의를 가진 분들이 아직도 사회곳곳에 있기에 이 사회는 아직도 희망이 살아있음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깨끗한 사회, 정직한 사회, 양심이 살아 숨쉬는 사회, 그리 멀지 않아 보입니다. 올 설 명절은 그래서 더 뜻 깊은 연휴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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